이번 여행의 또다른 목표 중 하나는 미스미선(三角線)을 달리는 관광열차 'A열차로 가자(A列車で行こう)'를 타고 미스미에 다녀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좌석 수가 매우 한정적이고 지정석으로만 구성된 열차다 보니 출국 전부터 이미 미스미행 첫차는 매진이더군요. 다행히 돌아오는 열차편은 좌석이 남아있어서 이쪽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일정을 잡았습니다. 참고로 'A열차로 가자'는 휴일이나 성수기를 중심으로 부정기적으로 운행되기 때문에 미리 시간표를 확인해 두시는 것이 편리합니다.
원래 계획은 하카타역에서 아침 9시 4분에 출발하는 사쿠라 541호를 타고 구마모토로 가서 10시 정각에 출발하는 미스미행 보통열차로 환승할 생각이었습니다만 저희가 일본에 도착한 시점에는 사쿠라도 이미 매진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사쿠라보다 조금 더 일찍 출발하는 츠바메 315호를 예매해 두었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츠바메뿐만 아니라 신칸센 자체를 거의 7년 만에 다시 타 보게 되었네요.
만석인 사쿠라와는 달리 츠바메는 상당히 여유로운 편이었습니다.
구마모토역 곳곳에서는 이렇게 쿠마몬이 승객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이용할 'A열차로 가자'의 소개도 있네요.
오전 10시 정각에 출발하는 미스미행 보통열차가 승강장으로 들어왔습니다. 한적한 로컬선을 달리는 2량짜리 디젤 동차라 마치 버스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승객들은 생각보다 꽤 많은 편이었습니다.
구마모토역에서 약 한 시간 정도를 달려 미스미역에 도착했습니다. 미스미역은 2011년 'A열차로 가자'의 운행에 맞추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리뉴얼되었는데요, 작지만 깔끔하고 이국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역사였습니다.
역 앞 렌터카 업체에서는 특이하게도 르노 트위지를 대여해주고 있었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이런 걸 빌려서 근대문화유산이 많은 미스미 구항(三角旧港, 三角西港) 쪽을 둘러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곧 출발할 'A열차로 가자'를 타고 구마모토로 다시 돌아가야 했기에 멀리까지 가보지는 못하고 길 건너에 있는 '바다의 피라미드(海のピラミッド)'만 올라가 보았습니다.
바다의 피라미드는 미스미의 랜드마크이자 평소에는 미스미항의 대합실로 사용되는 건물인데요, 저희가 방문한 날에는 마침 이곳에서 하와이안 페스티벌이라는 지역 행사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독특한 형태의 건물 내에서는 행사가 한창이었습니다. 대부분 연배가 있으신 분들이셨지만 누구보다도 열정이 넘쳐보이시더군요.
건물 내외부에 있는 나선형 경사로를 따라 건물 위로 올라가면 미스미 중심가와 항구의 모습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한 건물들과 잔잔한 바다가 잘 어우러져 있는 느긋한 풍경이었습니다.
미스미항을 구경하다보니 열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 미스미역으로 돌아왔습니다.
승강장에는 구마모토에서 온 'A열차로 가자'가 다시 구마모토를 향해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탑승한 1호차의 절반 정도는 'A-TRAIN BAR'로 꾸며져 있어서 간식 및 기념품을 구입하거나 전망을 감상하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어른의 여행'이라는 열차의 컨셉에 맞추어 여러가지 주류도 판매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하이볼이 가장 대표적인 메뉴라고 하네요. 기본 하이볼 외에도 한라봉(デコポン)이 들어간 A하이볼과 포도맛 P하이볼, 그리고 아마도 여름 한정으로 판매하는 듯한 블루오션 하이볼 등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전부터 술이 그닥 땡기지는 않아서 대신 소금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어보았습니다. 이건 아마쿠사에 있는 '산타의 아이스크림 공장(サンタのアイス工場)'이라는 곳에서 만드는 제품이라고 하는데 직접 매장을 방문하면 문어가 들어간 아이스크림같이 상당히 독특한 제품들도 많다고 합니다.
차내에 비치되어 있는 기념승차증에 스탬프를 찍어 기념으로 가져갈 수도 있구요.
다른 관광열차들과 마찬가지로 승무원이 객실을 돌아다니면서 기념촬영도 해 줍니다.
구마모토행 열차를 기준으로 진행방향의 왼쪽 좌석에 앉으면 아열대 분위기가 나는 아리아케해(有明海)의 멋진 풍경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미스미로의 짧은 기차여행을 마치고 사세보로 출발하기 전 구마모토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에키벤이라는 '히고규 토로타마시구레(肥後牛とろ玉しぐれ)'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평범한 불고기 덮밥을 먹는 느낌이었는데 반숙 달걀 하나는 정말 예술적인 타이밍으로 딱 알맞게 삶아낸 것 같더군요. 이걸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해결하면서 다음 목적지인 사세보로 이동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