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탄다에서 친구와 합류한 뒤 시나가와에 위치한 쿠라스시에 저녁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한 시간 정도는 기다릴 각오를 하고 갔는데 밖에 설치된 전광판을 보니 예상 대기시간 2시간 20분 -ㅁ-;
어떡할까 고민하다 일단 번호표를 받아서 나왔습니다.
쿠라스시의 번호표는 계산대 앞에 설치된 컴퓨터에서 뽑을 수 있는데요,
인원수와 선호하는 좌석 유형('테이블석만' / '카운터석이라도 상관없음')을 선택하면 번호표가 출력됩니다.
이걸 잘 간수하고 있다가 자기 번호가 돌아오면 재빨리 가서 안내를 받으면 되지요.
초밥 한번 먹어보겠다고 가게 밖에 죽치고 있는데 대기번호는 또 왜 그리 안 빠지는지...
그렇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10시쯤 되서 갑자기 번호가 빠지기 시작하더니 저희 번호마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어요;
황급히 들어가서 어떻게 된 건지 물어봤더니 번호가 불릴 즈음엔 꼭 가게 안에 들어와 있으라고 하시더군요.
번호표를 다시 뽑아야되냐고 물어보니 다행히도 그럴 필요는 없고 그냥 우선예약을 해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점원의 안내를 받아 드디어 가게 안으로 입성 >.<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으로 우선 어떤 초밥들이 있는지 유심히 살펴봅니다.
테이블 옆에 설치된 터치스크린을 이용해서 메뉴를 확인하고 주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몇 접시를 먹었는지, 지금 주문하면 몇 분이나 걸리는 지도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이렇게 터치스크린으로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면 주방에서 만든 후 레일에 올려줍니다.
자신이 주문한 접시가 가까이 오면 소리와 함께 화면을 통해 알려주니 헷갈릴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런데 다른 사람이 주문한 걸 중간에 가로채서 먹어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살짝 구운 새우와 생새우의 대비.
저는 생새우 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마침 일본의 복날이라고도 할 수 있는 도요노우시노히(土用の丑の日)라 장어도 한번 먹어봤죠.
써는 방향이 달라서 그런지 평소에 먹던 장어초밥과는 약간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구운 연어도 한번 먹어보고...
계란찜은 그냥 평범했던 것 같아요.
다 먹은 접시는 테이블 옆에 있는 수거구에 넣으면 자동으로 카운트됩니다.
그런데 두 장이 포개진 형태의 210엔짜리 초밥 접시나 디저트 그릇 등은 여기에 넣을 수가 없어요.
이런 건 어떻게 계산하나 궁금했는데 식사가 끝난 뒤에 호출 버튼을 누르니
점원이 와서 남은 접시의 수를 모두 센 후에 계산서를 써 주더군요.
테이블 옆에는 뽑기통 비슷한 기계가 있어서 다섯 접시를 먹을 때마다 한번씩 추첨 기회가 주어지는데
당첨되니 '무텐마루'라 불리는 쿠라스시의 마스코트 캐릭터로 만든 휴대폰줄이 나왔습니다.
저희가 60접시 가까이 먹었는데 딱 한번 당첨된 걸 보면 확률이 그리 높진 않은 것 같아요.
망고 요구르트로 입가심을 하고 다시 달립니다 >ㅁ<
일주일간 기간 한정으로 팔고 있던 중뱃살 초밥입니다.
한 점에 210엔이니 아마 쿠라스시에서 맛볼 수 있는 초밥 중엔 가장 비싼 축에 들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이거 말고 딱 3일 한정으로 팔고 있던 대뱃살이 먹고 싶었는데 재료가 다 떨어졌는지 안 나오더라구요 ;ㅅ;
디저트까지 먹고 계산서를 받아보니 6천엔 조금 넘게 나온 것 같았습니다.
한 접시에 105엔이라 그런지 남자 넷이서 먹은 것 치고는 싸게 먹힌 것 같네요.
거금(?)을 쾌척한 친구에게 박수를~
초밥을 먹는 데 시간을 너무 허비해서 공항행 막차 시간을 맞출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전력질주를 거듭한 끝에 아슬아슬하게 막차에 타는 데 성공했습니다.
자칫하다간 비싼 리무진 신세를 질 뻔 했어요;;
자정을 막 넘긴 시간이었는데 청사 안은 벌써부터 전세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공항 측에서 전세기 탑승객을 위해 간이의자까지 준비해 두었지만 아무래도 모두 앉기에는 많이 부족하더군요.
늦게 오신 분들은 바닥에 자리를 깔고 잠을 청하시기도... (사실 그게 더 편해보였어요 -_-)
이 친구는 가져온 담배가 다 떨어져서 담배자판기 앞을 기웃거려보지만 TASPO 카드가 없는 이상 그림의 떡이지요.
새벽인데도 면세점은 전세기 출발 시간에 맞춰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맨손으로 돌아가긴 뭣해서 저렴하고 양 많은 걸로 하나 준비해 왔죠^^;
선물을 사고 남은 잔돈을 박박 긁어 출국장 매점에서 하루분 야채를 샀습니다.
물건은 많이 없었지만 공항인데도 바깥이랑 물가 차이가 별로 안 나는 점은 마음에 들더군요.
동이 터 올 무렵, 드디어 탑승이 시작되었습니다.
좌석 번호 배정에 약간 트러블이 있었지만 어쨌든 무사히 제 자리를 찾아서 앉았는데
이상하게도 그 이후로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까지의 기억이 전혀 없네요 -ㅅ-
만 이틀 분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 탓이었을까요.
아무튼 그렇게 48시간 동안의 짧은 일본여행도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