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에 도착한 첫날에는 해도 이미 저물고 아직 교통상황에 적응이 되지 않은 데다 눈발도 날리고 있어서 상당히 조심스럽게 운전을 했습니다. 시내 도로에서는 한쪽으로 치워둔 눈이 벽처럼 단단하게 얼어붙어서 가장자리 차선은 없다고 생각해야 되겠더군요.
자연적으로 녹기를 기다리는 건가 싶었는데 그래도 마냥 쌓아둘 수만은 없는지 시내 여기저기서 중장비들이 쌓인 눈을 계속 퍼내고 나르는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고속도로의 경우 삿포로 주변은 통행량이 많아서인지 비교적 제설이 잘 되어있는 느낌이었지만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날씨도 점점 험해지고 다니는 차들도 줄어들어서 도로에 눈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건 이런 도로에서도 시속 100km 넘게 쏘고 다니는 차들이 있다는 점이었고요.
고속도로 휴게소는 적당한 간격으로 있었지만 PA(간이 휴게소)는 물론이고 SA(종합 휴게소)라도 편의점과 화장실 정도만 갖추어져 있고 제대로 된 식당이나 주유소는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나마 편의점에서 간단한 조리식품 정도는 판매하고 있더군요.
하지만 삿포로 도시권을 벗어나면 화장실과 자판기만 설치되어 있는 PA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연선 인구가 희박한 동네다 보니 고속도로도 왕복 2차선 구간이 많았습니다. 도오고속도로(道央自動車道) 노보리베츠무로란(登別室蘭)IC ~ 아사히카와타카스(旭川鷹栖)IC 구간 및 삿손고속도로(札樽自動車道) 전구간을 제외하면 홋카이도의 고속도로는 모두 왕복 2차선이라고 하네요. 그래도 교통량이 많지 않고 도중에 추월차선도 마련되어 있어서 큰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내려서 후라노 방면으로 향하는 452번 유바리 국도를 탔을 때에는 도로 상태가 더욱 심하더군요. 그래도 4륜구동 차량과 적설에 대비한 여러 표지판의 도움으로 일정은 어찌어찌 큰 차질없이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제 차로 이런 길을 다니라고 했다면 그날은 그냥 외출을 포기했겠지요.
곳곳에서 제설장비를 동원해서 눈을 치우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가끔 이렇게 지붕이 씌워진 낙석방지시설(覆道)이나 터널이 나오면 어찌나 반갑던지요.
작은 지선도로들은 이렇게 겨울철 통행금지 표지가 붙어있고 아예 제설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간선도로라도 야간에는 통행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었구요. (저희가 지나갔던 경로 중에는 오타루에서 조잔케이로 넘어가는 조잔케이 레이크라인이 저녁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폐쇄되더군요. 조금만 늦었더라면 당일 숙박 예약을 날릴 뻔 했습니다.) 네비에는 이러한 교통통제 정보가 반영되어 있지 않으니 사전에 홋카이도지구 도로정보를 참고하셔서 우회경로를 숙지해 두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여행 후반에는 날씨가 많이 풀려서 대체로 큰 무리 없이 운전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은 샤코탄(積丹)에서 요이치(余市)로 돌아오는 방향의 해안도로(229번 라이덴 국도)인데 풍경이 참 아름다워서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색이 없겠더군요.
저희가 방문했던 대부분의 관광지나 상점에는 주차장이 갖추어져 있었고, 설령 주차장이 없는 곳이라도 인근의 적당한 주차장을 미리 확인해 두고 출발했기 때문에 주차에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다만 오타루에서는 일정이 다소 밀리는 바람에 현지에서 급하게 주차장을 찾아보게 되었는데요, 원래는 600엔만 내면 종일 주차할 수 있는 관광주차장을 이용할 예정이었지만 한두 시간 정도만 세우기에는 약간 아까운 느낌도 들었고 무엇보다도 오르골당에서 너무 멀어서 영업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울 것 같더군요. 그렇다고 운하 가까이에 있는 사설 주차장을 이용하자니 요금이 너무 비싸서(일반적으로 30분에 500엔, 혹은 20분에 300엔 정도) 고민하며 오르골당 쪽으로 차를 몰고 오던 도중에 30분 무료주차라는 표지판이 눈에 띄어 이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운하에서 오르골당 방향으로 17번 도로를 따라오다가 메르헨 교차로(メルヘン交差点)로 연결되는 사거리에서 좌회전한 후 다시 좌회전하여 안쪽으로 들어오다 보면 이렇게 노란색 천막이 덮인 주차장 입구가 보입니다(지도, 맵코드: 493 661 821*17). 간판에는 키타이치가라스(北一硝子) 특약 주차장이라고 되어 있습니다만 꼭 키타이치가라스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30분은 무료이며 이후에도 20분당 100엔씩 요금이 올라가기 때문에 주변의 다른 사설 유료주차장에 비해 훨씬 저렴했습니다. 운하나 데누키코지(出拔小路), 오르골당 방향으로의 접근성도 괜찮았구요. 오타루에서 오래 머무르는 일정이 아니라면 이 주차장을 이용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노보리베츠 지옥계곡(登別地獄谷)에서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 대신 주차요금(소형 500엔)을 받아서 시설 유지관리에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동절기에는 폐쇄되긴 하지만 여기서 받은 주차권은 조금 더 올라가면 있는 오유누마(大湯沼) 주차장에서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여행 기간 동안 기름은 두 번을 넣었습니다. 교외로 나가면 주유소를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아서 항상 여유를 두는 게 좋겠더군요.
주유원과 셀프주유기가 함께 있는 주유소도 있었지만 리터당 가격이 2~3엔 정도씩 차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저는 셀프주유기만을 이용했습니다. 주유 전에 먼저 유종을 선택하고 지정된 금액을(가득 주유 시에는 보증금을 적당히) 넣으면 되는데요, 거스름돈이 발생할 경우에는 주유기에서 바로 거슬러 주는 게 아니라 주유기 주변이나 사무실에 있는 잔돈 정산기에 영수증을 찍고 돌려받아야 합니다.
빨간색 주유건이 레귤러 휘발유입니다. 우리나라랑은 다르게 고정 고리가 없어서 주유가 끝날 때까지 직접 주유건을 잡고 있어야 하네요.
치토세IC를 빠져나와 렌터카 영업소로 향하는 경로 상에서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 주유소(홈페이지, 맵코드: 113 859 193*63)입니다. 여길 지나치면 반납 전에 마땅히 기름을 넣을 만한 곳이 없기 때문에 저희도 여기서 주유를 마치고 영업소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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