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셋째 날, 룸메이트가 또 밤을 새고 뻗어버렸기 때문에 혼자 점심을 먹게 되었습니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선텍 시티 지하에 있는 페퍼 런치에 들어갔지요.
페퍼 라이스나 먹을까 했는데 평일 점심시간에는 할인을 해 준다길래 스테이크 세트(S$12)를 주문했습니다.
주변의 다른 식당들에 비하면 괜찮은 가격인 것 같아요.
식사를 한 후에는 영어 서적과 문구류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해리스에 들러 책을 구경했습니다.
대체로 싼 편은 아니었지만 가끔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책들이 눈에 띄더군요.
저도 밀리터리와 역사 쪽으로 몇 권 득템했습니다^^
오후에는 자고 있던 룸메이트를 깨워서 래플스 호텔로 향했습니다.
주위를 둘러싼 고층 빌딩 속에서 이곳만 시간이 멈춰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식민지 시대의 고풍스런 분위기 때문인지 호텔 건물 안에서 화보 촬영을 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모델의 의상이 고스로리 드레스... 대체 무슨 촬영일까요;;)
래플스 호텔 3층에는 호텔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이 위치해 있습니다.
규모는 상당히 작지만 당시 여행 문화에 대한 전시물들을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두었더군요.
래플스 호텔의 모형입니다.
간척사업이 본격적으로 실시되기 전에는 래플스 호텔 바로 앞이 해변이었다네요.
이날 저녁에는 학회 리셉션이 있었습니다.
컨벤션 센터 로비에서 리셉션장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렸는데
줄이 길어서 30분 넘게 기다린 끝에 겨우 버스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최근에 새로 지어진 마리나 저수지(Marina Barrage)였습니다.
저희가 늦게 출발했던 탓인지 이미 많은 분들이 도착해서 리셉션을 즐기고 계셨습니다.
요리는 무난한 편이었는데 주류는 돈을 내야 마실 수 있더군요 -ㅅ-
식사를 마친 후 소화도 시킬 겸 저수지 주변을 가볍게 산책했습니다.
마리나 저수지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담수 저수지로
마리나 해협에 350m 길이의 둑을 쌓은 후 안쪽의 바닷물을 모두 빼는 방식으로 건설되었다고 합니다.
주변 정비도 굉장히 잘 되어 있어서 연인끼리 데이트를 즐기기에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주위에 온통 커플 천지였어요ㅠㅜ)
다음 날에는 머리도 식힐 겸 (사실 그 동안 많이 놀았습니다만...) 애니메이션 시어터에서 오전 시간을 보냈습니다.
재미있는 작품들은 따로 체크해뒀는데요, 니코니코 동화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Slip ON도 상영해 주더군요 ㅇㅂㅇ
점심은 선텍 시티 식당가에 위치한 일식 뷔페 쿠이신보에서 해결했습니다.
뷔페 음식 치고는 초밥이 꽤 다양하고 맛있는 편이었습니다.
예전에 있던 티볼리처럼 테이블에 놓인 집게를 즉석요리 코너에 꽂아 두면
요리가 완성된 뒤에 종업원이 직접 테이블까지 가져다 주기도 합니다.
디저트 종류도 상당히 많은 편이었습니다만 이미 한계치에 가까웠기 때문에 몇 종류만 가져왔습니다.
다른 건 괜찮았는데 과일류가 조금 부실한 게 아쉬웠어요.
식사비는 주말 점심 기준으로 S$28.9에 GST와 봉사료까지 해서 1인당 S$34가 들었습니다.
가격이 착한 편은 아니지만 여러가지 행사도 많은 듯 하니 한번쯤 들러보셔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요.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래플스 시티 지하에 위치한 야쿤 카야 토스트에 들러 카야 토스트를 맛보았습니다.
물론 본점이 분위기는 훨씬 좋지만 영업시간이 짧고 쉬는 날도 있기 때문에
단순히 맛을 보시기 위해서라면 시내 곳곳에 위치한 분점을 이용하시는 게 더 편리합니다.
카야 잼이 발라진 토스트는 계란과 버터맛이 살짝 느껴지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달콤한 느낌이었구요,
싱가포르식 커피도 연유가 듬뿍 들어가서 그런지 무지하게 달았습니다.
서울에도 분점이 두 군데 있다고 하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더 맛보러 가봐야겠습니다.
호텔에 돌아와서 밤참으로 먹은 컵라면과 타이거 맥주.
국내에서는 구하기 힘든 라면을 한번 맛보고 싶어서 저는 닭개장을, 룸메이트는 새우를 골랐는데
새우는 새우탕면과 거의 흡사했고 닭개장은 좀 더 순해진 육개장 맛이 나더군요.
아무튼 이래저래 엄청나게 먹어댄 하루였습니다 =_=;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