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는 아무래도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이고 저희 일행의 인원수도 많다 보니 일정의 절반은 렌터카를 이용하기로 하고 출발 전에 미리 여러 업체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찾는 7인승 정도의 차량은 흔치 않더군요. 오릭스나 버젯 등의 나름 메이저한 렌터카 업체에서도 대부분 소형차만 취급하길래 결국 요금은 조금 더 비쌌지만 선택지가 다양한 토요타 렌터카를 예약했습니다.
저희가 예약한 토요타 렌터카 이즈하라점은 이즈하라항 여객터미널을 등지고 우회전해서 이즈하라 시내 방향과는 반대로 조금 걸어가다 보면 이렇게 보입니다. 송영차량이 있는 걸로 봐선 픽업도 해주는 게 아닐까 싶긴 한데 워낙 손바닥만한 동네기도 해서 따로 물어보진 않았습니다.
입국 수속이 오래 걸린 바람에 예약시간보다 15분 정도 늦게 도착했는데 직원분께서 미리 서류를 모두 꺼내놓고 계시더군요. 여권과 국제운전면허증, 한국면허증을 복사한 뒤 간단한 설명을 듣고 결제까지 모두 일사천리로 마쳤습니다. 한글로 된 안내와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방문하는 목적지에 대한 맵코드 목록까지 주셔서 일본어를 전혀 몰라도 큰 지장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반납하기 전에 기름을 가득 채웠다는 걸 확인하기 위한 증명서도 함께 받았습니다.
예약할 때 차종을 따로 지정하지 않고 7인승 RV/왜건에 해당하는 W1 등급을 선택했더니 아이시스가 배정되었습니다. 조수석쪽 도어가 레이처럼 B필러리스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짐을 싣거나 타고 내릴 때 편해보이더군요. (운전석 쪽은 B필러가 있어서 그런 개방감을 느껴보진 못했습니다만...)
그리고 차량의 앞뒤에는 이렇게 국제면허로 운전하고 있다는 표식이 붙어 있어서 주변 차량들이 조금 더 배려와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정원이 7인승이라고는 해도 4명 정도가 적정 인원이라고 되어 있었기에 타보기 전에는 약간 좁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3열의 시트 하나를 접고 짐을 실으니 남자 다섯 명이서 여행하기에도 크게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3열을 모두 다 사용한다면 24인치 캐리어가 두 개 정도, 저희처럼 한 쪽만 접으면 캐리어 4~5개 정도는 충분히 들어갈 수준이었습니다.
운전석은 당연히 우핸들이고 굉장히 심플했습니다. 오키나와에서 처음 운전했을 때보다는 한결 적응하기 편했던 것 같네요.
네비게이션도 미리 한글로 세팅되어 있었습니다. 목적지는 전화번호로도 검색이 가능하지만 전화번호가 없는 곳도 있기에 저는 미리 맵코드 검색 사이트에서 맵코드를 정리해 왔는데 어지간한 관광지나 식당 등은 렌터카 사무실에서 주는 목록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대마도 내의 도로 교통량은 많지 않았지만 그만큼 도로 사정도 그리 좋진 않았습니다. 이즈하라와 히타카츠를 연결하는 간선 역할을 하는 382번 국도도 전구간이 왕복 2차선이며 그마저도 가끔 노폭이 좁아져서 아슬아슬하게 교행해야 되는 구간이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지방도로 내려가면 사정이 더욱 나빠져서 반대쪽에서 오는 차량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되는 구간이나 골목길과도 같은 구간들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곳곳에서 선형 개량이며 확장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아직은 주의를 기울여 운전해야 할 구간들이 많아보였습니다. (물론 동네 주민분들은 워낙 익숙해서 그런지 이런 도로에서도 마구 쏘고 다니시더군요.)
한편으로는 이렇게 야생(?)의 느낌이 남아있기에 드라이브의 즐거움도 더욱 커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슈시강 단풍길은 정말 가을에 한번 더 와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네요.
이즈하라 시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관광지나 마트는 무료주차장을 끼고 있어서 주차문제를 겪었던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히타카츠의 경우에는 국제여객터미널 옆 송영객 주차장(여긴 호텔에 물어보니 장기주차나 밤샘주차는 안된다고 합니다.)이나 상점가 근처에 있는 넓은 주차장을 이용하면 되구요.
이즈하라 시내에서는 호텔 체크인 시에만 잠깐 세워둘 곳이 필요했기에 티아라몰 지하주차장을 이용했습니다. 티아라몰 지하주차장은 90분까지 무료주차가 가능하며 이후에도 주차요금이 30분당 50엔이라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다만 입출차는 아침 8시 30분부터 밤 11시 사이에만 가능합니다.
렌터카를 반납하기 전 이즈하라항 근처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가득 채우고 이렇게 증명서에 확인까지 받았습니다. 이틀 동안 꼬불꼬불한 산길을 200km 넘게 운전했는데도 주유비가 2,500엔 정도밖에 안 나온 걸 보면 연비는 꽤 괜찮은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대리점에서 차키와 함께 이 증명서를 제출하면 차 외관을 간단히 체크한 후 반납이 완료됩니다.